자유게시판
[특집]남부내륙고속철도 합천역...어디에 들어설까 ㊦ (인터넷신문 '합천일보')
2021-01-09
이우홍
합천군 ·해인사 감정대립 양상 ...리더의 정치력 부족 탓상생 통한 그랜드발전 위해 협의 나서야...공동 용역통한 입지선정도 해결방안
합천일보/ 입력 2021.01.08
영남 내륙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 건설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이 지나는 김천역에서 경남의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잇는 철도의 노선과 역사위치를 둘러싼 지역별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합천은 역사 입지를 놓고 율곡면 임북리(합천군 주장)와 야로면 해인사IC(해인사 주장) 후보지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합천을 관통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의 의미 · 효과와 함께 역사 위치에 대한 합천군 · 해인사의 주장 내용 등을 소개하고, 합리적 상생방안은 없는 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남부내륙고속철도 KTX합천역 위치를 둘러싼 합천군과 해인사의 대립이 2년째 평행선을 달리면서 감정대결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군민들 입장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과 접점마련 여부가 관심이다. 타협점을 찾기 어려우면, 더 늦기전에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철도역 입지 선정을 위한 공동용역을 맡겨서라도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쟎은 군민들은 지금처럼 지역이 낙후되면 함께 위기인 지자체와 한국 대표사찰이 KTX철도 합천 관통이라는 큰 호재를 맞고서도 지금까지도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지, 그래서 상생이 아닌 분열 가능성만 높이는 지에 의문을 드러낸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역사위치가 결정될 경우 후유증을 우려한다.
그런데도 양측은 계속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한 쪽에서는 KTX역이 특정 위치에 들어서지 않으면 ‘결별’하겠다는 표현까지 등장한 형국이다. 이는 남부내륙고속철도 개설이 낙후된 영남내륙의 수도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합천군 내 연계성도 높여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견인하려는 취지를 망각한 처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2019년 1월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발표 이후 2년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도생 해왔다. 양측이 철도역 유치로 겨냥하는 밑그림의 규모와 기대효과에 차이가 날 뿐, 현재 처한 위기상황을 KTX철도역 유치로 돌파하려는 본질은 비슷하다.
<사진>
해인사는 국비로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 직후에 인근 야로면·가야면 주민들과 함께 ‘해인사역 유치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야로면 소재 해인사IC 부근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이어 거창군의 가세로 같은해 5월에 추진위를 ‘거창군·해인사 공동추진위’로 확대했다. 당연히 해인사가 속한 합천군의 반발을 부를 수 밖에 없다.
해인사가 이처럼 합천군과의 갈등을 예상하면서도 역사유치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데는 속사정이 있다. 해인사가 속한 가야산 일대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관광수요를 증가시켜 사찰 재정을 개선하려는 현실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사진>
반면에 합천군은 율곡면 임북리에 철도역이 들어서야 역세권 개발 형태로 배후부지인 임북리 185만평에 주거·산업기능이 복합된 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임북리에 연접한 합천읍 일대에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해서 인구증가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 계획은 갈수록 높아지는 합천소멸 위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이에따라 양측은 각자가 주장하는 입지의 철도역 유치 명분을 높이기 위한 외부용역도 따로 실시했다. 서로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길 수 밖에 없다.
합천군의 경우 2019년 11월 서울과학기술대학의 용역에서 주민설문 조사와 철도이용객 접근 편의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KTX합천 역사의 최적입지는 해인사에서 주장하는 야로면 부근 보다 신도시 예정지인 율곡면 임북리라는 결론을 내놨다.
반면에 해인사는 올해 5월 미래철도연구원 주도의 용역을 통해 야로면 해인사IC 부근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나 살펴보면, 서로 주장하는 철도역 입지인 야로면 해인사IC와 율곡면 임북리 간의 직선거리는 약 20㎞에 불과하다. 도로선형이 굽은 곳이 많지만, 어느쪽에 역이 들어서도 차량으로 30분이내면 도달하는 거리다. 더욱이 이 두 곳의 통행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터널을 포함한 신설도로(율곡면 노양리~야로면 분기)가 개설되야 한다는 데는 양측이 공감한다.
이와 관련해, 합천군은 해인사 ~ 합천읍 중심지(율곡면 임북리) 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신설을 10여전부터 추진해 왔으나, 경남도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각계 요로에 영향력이 큰 해인사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철도역 입지를 양보해도 크게 불리하지 않아 보인다. 크게 볼 때에, 대립보다는 두 곳의 통행시간을 단축시킬 도로 개설에 필요한 도비예산 확보에 함께 나서는 상생노력이 더 시급한 현실이다.
객관적인 상황이 이런데도, 양측은 각자에 유리한 용역보고서를 앞세우면서 까지 기존 주장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안을 서로 다르게 해석해 주장하면서 상호 불신만 높아지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함안역에 대한 왜곡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남 함안군의 외곽인 함안면 진함로에 있는 이 역은 경전선을 지나는 모든 ITX-새마을과 무궁화호가 정차하지만, 함안군의 중심지가 아닌 외곽에 위치한 관계로 원래는 KTX열차 정차 예정이 없었다. 객관적 타당성이 당초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이 추진위를 구성해 계속 정부에 요구한 끝에 2012년 말부터 KTX가 정차했다. 결국 이용승객이 턱없이 적어 2015년 4월부터 정차가 폐지됐다.
양측은 이 사례를 서로 인용하면서 “함안역 실패 사례를 되풀이 하지 말라”고 공세를 펼치는 상태다. 해인사는 율곡면 임북리를 합천읍 중심지에 연접한 곳이라고 하지만 인근 상주인구가 적어 철도이용 승객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합천군은 해인사IC가 함안역 입지처럼 외곽에 있어 함안역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해인사IC와 율곡 임북리 인근을 찾는 관광객 숫자와 연계 교통망을 서로 유리하게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처럼 양측이 KTX역사 입지를 둘러싸고 2년동안 소모적 논쟁만 벌이면서 합천군수와 해인사 주지의 정치력 부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5만 인구의 수장인 합천군수는 오랜 정치생활을 해 오면서 이 문제와 같은 갈등현안을 타협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해인사 주지 할래, 경남도지사 할래’라고 물으면 ‘해인사 주지’라고 답한다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한국의 대표사찰 주지도 종교적 능력외에도 다양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금까지 몇차례 만나 이 문제를 다뤘으나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각자 주장만 되풀이했을 뿐 상대가 공감할 타협점을 제시하면서 상생하는 방안을 제대로 협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정대립은 하지 말자"고 한 것이 성과아닌 성과라는 것이다.
양측 리더의 조정능력 부족으로 KTX합천역 입지 문제가 계속 겉돌고 있는 데도, 지역 국회의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도 문제다. 국회의원이 ‘큰 인물’만 자처할 게 아니라 이같은 지역 대형현안에 적극 나서 조정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접점을 찾을 여지는 있어 보인다.
합천군과 해인사 양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인사 고위 관계자가 최근에 ‘합천군과 해인사가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언급하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가리켰다. 이어 “그 말은 물론 해인사IC에 대한 역사입지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거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양산시 통도사로부터 부터 약 20㎞거리인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KTX울산역이 공식 명칭외에도 ‘울산역·통도사역’으로 호칭하기도 하고, 또 열차내 방송에서 ‘통도사역’으로 안내하는 사실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말은 지난 6일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합천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KTX역사 후보지에 합천군에서 요청한 율곡면 임북리는 2안으로 포함됐지만, 해인사에서 요구한 해인사IC는 제외된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즉, 해인사의 반발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철도노선 효율성과 환경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역사입지는 부차적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국토부 초안에서 제외된 해인사IC를 역사후보지에 추가로 포함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다시말해, 신호장에서 철도역으로 전환이 확정된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서 해인사IC까지의 거리가 20여㎞에 불과한 데, 해인사IC에 KTX역사를 설치하려면 수륜면 철도역 위치 등을 재조정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더 늦기전에 해인사 주지와 합천군수, 국회의원이 머리를 맞대서 KTX역사 입지 갈등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체 상생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인사는 "철도역 입지에 대한 해인사와 합천군의 외부용역 보고서는 공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수긍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처럼 대립만하기 보다는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 용역을 공동의뢰해 객관적인 철도역 입지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KTX철도역 명칭 등을 연결고리로 조정점을 찾던 지 아니면 객관적인 철도역 입지 선정을 위한 공동용역을 실시하는 것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상태다.
어떤 방향이던 지 간에 국토부의 합천역 위치 결정이 임박해 진다는 점에서, 해인사와 합천군이 대화를 통한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자체 협의채널이 가동되는 것과 협의없이 국토부 결정에 따라 역사위치가 결정되는 것과는 합천 그랜드 발전 차원에서 볼 때에 여러모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양측이 이제 불신을 거두고 적극적인 협의에 나설때에,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합천이 남부내륙철도 KTX열차의 합천 관통을 호재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하는 상생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일 때다.
관련기사
[특집] 남부내륙고속철도 합천역 ... 어디에 들어설까 ㊥
[특집] 남부내륙고속철도 합천역...어디에 들어설까 ㊤
---------------------------------------------------------------------------
*‘합천일보’ 사이트는 ‘다음’과 ‘줌’에서 검색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