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 선미숙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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