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경남 합천군이 ‘새천년 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군민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설문조사 결과는 심의조 군수가 직접 개입한 가운데 일부 실·과장들에 의해 사전에 계획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 군수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 채 “일해공원을 반대하는 간부들은 합천을 떠나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신문이 2일 공원명칭 변경 회의 및 사전교육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진술과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
결국 심 군수가 그동안 설문조사 결과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나타난 군민의 뜻”이라고 강변해 온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해공원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합천군은 주민 설문조사를 앞둔 지난해 11월 군청에서 읍·면장 및 실·과·소장 연석회의를 갖고, 새천년 생명의 숲 명칭 변경과 관련한 설문조사 계획을 시달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군 고위간부는 회의가 끝난 후 읍·면장만 따로 모아 “일해공원은 군수의 뜻”이라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읍·면장들의 오찬장(합천읍 D식당)에 참석한 심 군수는 “이번 기회에 읍·면장들의 능력을 지켜보겠다.”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읍·면장들은 이장단회의를 열고, 군수의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어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일해공원’이 다수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심 군수는 “일해공원은 군민의 뜻”이라며 “군민의 뜻을 누가 저버릴 수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심 군수에게 전화통화를 요청했으나 통화에 실패했다. 박민자 군수 수행실장은 “군수가 언론 인터뷰를 사양한다.”면서 “압력행사 부분은 내가 답변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일해공원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합천군 과장급 간부 공무원 18명은 지난달 초 자체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일해공원이 군정발전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물었다.
비밀리에 진행된 투표결과 10명이 반대했고, 찬성은 8명이었다. 당시 반대의견을 냈던 간부들은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투표결과는 기획감사실장을 통해 군수에게 전달됐다. 보고를 받은 심 군수는 같은 달 15일 간부회의 석상에서 “일해공원에 반대하는 간부들은 합천을 떠나야 한다.”며 찬성을 강요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배기남 사무국장은 “심 군수가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따라 실시된 설문조사는 무효”라며 “엉터리 설문조사 결과를 군민의 뜻이라고 강변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